경북대학교 생물교육전공 04학번(60회 졸업) 신승호
경기도 안산시 양지고등학교 교사

글을 쓰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 본다. 아직도 기분은 얼떨떨하다. 지금도 교사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고 수시로 내가 ‘정말 교사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수시로 되묻곤 한다.

얼마나 힘들었던가. 작년 이맘때까지 신규 티오가 나오기까지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생물 티오가 아예 없으면 어떡하지? 난 올해 교사가 될 수 있을까? 언제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가? 작년 생물 티오가 발표 난 직후에도 생각은 부정적이었다. 내가 알기론 역대 그 어느 해 보다 교사를 많이 뽑기로 소문난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은 희망적으로 바뀌지 않고 계속 부정적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올해 많이 뽑는데 뽑히지 못하면 내년에는 티오가 적게 나니까 당분간 희망이 없겠구나. 아마 수험생이라면 모두 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그저 상황이 암울하고 암울한 와중에도 불안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고, 많은 공부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보다 뒤쳐질까 불안해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계속 걱정만 일어나는, 그렇지만 별다른 탈출구가 없는 존재. 그것이 수험생이 아닐까. 그렇지만 항상 길은 열려 있으며,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노력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결과는 둘째 치고서라도 걸어온 과정은 배신을 하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가 해준 이야기가 기억난다.
땅을 파서 광맥을 파내는 광부가 있다. 광맥을 파내는 과정은 제각각이지만 결국은 광맥을 발견해야 그 노력이 보상 받는다. 광부가 땅을 파서 광맥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100m를 파야 할지 1km을 파야 할지는 광부의 결정에 달린 것이다. 광맥이 100m 앞에 있지만 99.9m를 파고 포기하여 광맥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고, 몇 년을 고생하여 1km를 파내었지만 광맥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도 있다.
임용도 이와 같은 것 같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지만 끝없이 경주를 해야만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작년 이맘때 매우 힘들어 방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 방황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후배들에게 부끄러워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 부끄러워서 치열하게 마음을 다잡으며 하루하루를 수행하듯 인내하였다. 그리고 인내의 결과, 내 인생 가장 큰 결실을 이끌어 내었다.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3차 발표 전날 밤 고시텔에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다 결국 밤을 새었다. 하지만 10시 발표시간 까지 버티지 못하고 8시에 잠들어버려 내가 일어난 시간은 11시 30분. 시계를 보고 놀라서 뛰어가 전산실에서 확인하려는데 하필 전산실은 점검 중. 자다 깬 머리를 짜매어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과 사무실로 뛰어가 과사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확인한 합격 발표. 머리로는 이해를 하였지만 아직도 기분은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다.

합격 후 발령까지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주변에 감사인사를 전하고 이사를 준비하고 학교에 입고 다닐 정장을 맞추고, 신규 교사 연수를 받다보니 어느새 3월 신학기가 다가왔다.

가슴 벅차면서도 두려운 시간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맡을 아이들은 누구일까, 나는 잘 해 낼 수 있을까, 내가 가르치는 내용이 잘 전해질까?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1학년 우리반 아이들을 담당하여 가르치게 되었고,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짬을 내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 생활을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일선 학교의 모습을 약간은 알려주고 싶다. 선생님이 자신의 길임을 확인하려면 좀 더 정확한 학교 선생님의 모습을 봐야할 것 같다. 나의 경우, 임용 전에는 천국으로 보였던 학교가 현실로써 나에게 다가왔다. 수업에 아예 관심이 없는 아이들, 학교를 밥먹듯 빠지거나 가출하는 아이들, 학교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여러 가지 소문들로만 들었던 사실들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생생한 현실로 다가왔다. 때때로 너무 힘들어 그냥 다 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이 짧은 시간동안 몇 번이나 들었던지. 주변의 선생님들도 나를 붙잡고 운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는 격려를 많이 해주실 정도로.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리고 그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길이 보였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생겼으며,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 내가 느낀 보람이란! 이러한 과정이야 말로 교직의 존재 이유이며, 교직자에 대한 보상이 아닌가 한다. 아이들은 아직 순수하다. 그 순수함이 때론 우리를 힘들게 하고, 우리를 다치게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과 부대낄 수 있다는 것이 교직의 진정한 매력인 것 같다. 아이들과 어울리며 느낀 점이 있다면, 아이들은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산과 같다. 항상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분명히 있고, 그 내리막 뒤에도 또 오르막길은 생기기 마련이다. 수능을 거쳐 대학에 오고, 임용을 준비하여 합격을 하고(엄청나게 큰 산이지만.) 합격 후에도 선생님으로서 거쳐야 할 많은 산이 있다. 나 역시 아직 그 산을 하나도 넘지 못했다. 아직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며 임용을 준비할 때처럼 인내하고 있다. 하지만 교직은 임용처럼 큰 산은 아닌 것 같다. 중간 중간 쉼터도 있으며,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기도 좋다. 교직에 나와서 중간 중간 한숨을 쉴지언정 임용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분의 기대를 배반하지는 않는 멋진 직업이다.

이 글을 읽는 후배들에게 전한다. ‘너희는 엘리트야! 너희들은 독해! 교직에서 만나자! 화이팅!’